뉴스레터

[중앙일보] 중국 햄버거 가게선 카메라 보고 웃으면 결제 완료

최고관리자
2018-08-28 13:59 3,416

본문

중국인 삶 통째로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짝퉁’ ‘싸구려’ 등의 기존 중국 이미지는 빨리 잊는 게 좋겠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중국인의 일상을 통째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QR 코드 결제가 일상화돼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으니 소매치기가 사라지고 있는 게 중국 현실이다. ‘중국 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가 만들어낼 중국의 미래는 더욱 무섭다. 중국 공산당과 혁신 기업이 똘똘 뭉쳐 일궈내는 차이나 이노베이션이 향후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예측을 불허한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알리바바 기업조사차 저장성 항저우를 찾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KFC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려는데 점원이 옆에 있는 무인 단말기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게 빠르다고 일러준다. “그냥 얼굴만 대고 웃으면 된다”는 말과 함께. 이는 바로 지난해 9월부터 알리바바가 서비스하고 있는 ‘Smile to pay’ 시스템이다. 먼저 얼굴을 등록한 뒤 매장에서 주문하고, 카메라를 보고 웃기만 하면 알리페이로 연동돼 자동 결제되는 것이다.
 
인식에서 결제까지 3초 정도 걸린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속일 수 없도록 얼굴을 입체적으로 스캔할 수 있는 ‘Depth-Sensing Cameras’ 기술 구현과 함께 유사성 감지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어, 짙은 색조화장이나 가발을 쓰고 있어도 등록된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한다.

안면인식 결제시스템은 대학가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베이징사범대학 및 저장대학 등의 경우 안면인식으로 출결을 관리한다. 교직원 식당에서의 식비 지급도안면인식을 통해서다. ‘얼굴 스캔’으로 식판을 받은 교직원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른 뒤 식판을 스캔 시스템 위에 올려놓으면 음식의 칼로리, 영양소 측정과 함께 결제가 이뤄진다. 영양성분에 관한 정보는 위챗(微信, 중국판 카카오) 샤오청쉬(小程序, 미니 프로그램)를 통해 휴대폰으로 전달된다. 단순 결제를 넘어 건강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중국에선 인공지능(AI) 기반의 안면인식 기술이 불법 행위자 색출에도 응용된다. 공항 출입국 보안 시스템에 적용돼 3초 만에 범죄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선전 및 충칭에선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도로 무단 횡단자를 적발해 벌금을 부과한다. 두 번 위반하면 벌금 100위안, 5번 이상인 경우 커다란 LED 스크린에 사진과 이름, 신분증 번호 일부를 띄워 망신을 준다. 불법행위 단속과 사회통제의 이중 효과가 있다.
 
AI와 빅데이터, 로봇기술을 접목한 신개념의 로봇 테마 레스토랑도 오픈돼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상하이에 문을 연 로봇 레스토랑은 무인운반 서빙 시스템인 AGV(Automated Guided Vehicle)를 도입해 주문부터 조리, 서빙까지의 전 과정을 로봇이 담당한다. 단순 서빙 뿐만이 아니다. 식자재를 보관하는 냉동창고의 로봇은 고객의 유동량에 따라 재료를 자동 분류해 고객이 주문하는 순간 관련 식재료를 골라 주방장에게 전달한다.
 
택배도 로봇의 몫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연말까지 무인배달 로봇인 G Plus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G Plus 로봇은 ‘라이다(Lidar)’를 사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내장돼 있어 주위 사람과 자동차를 알아서 감지하고, 운행되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중국의 로봇산업은 공산당의 적극적 지원 아래 빠른 성장세다. 이미 2016년 3월 로봇산업 마스터 플랜인 ‘로봇산업 발전계획(2016-2020)’을 발표해 산업용 로봇(스마트 팩토리) 및 서비스 로봇시장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제시했다. 2020년까지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연간 15만 대 이상,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도 300억 위안 이상 될 전망이다.
 
국내 이마트가 지난 4월부터 미래형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eli)’를 시범적으로 일부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일라이는 최신 유통 IT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 로봇 카트로, 단순히 고객을 따라다니는 수준을 넘어 안내와 결제, 자동 복귀 기능까지 탑재한 스마트 카트다. 한데 중국은 지난 1월부터 이런 스마트 카트를 상용화해 운영 중이다. 징둥(京東)이 세운 오프라인 신선유통매장에선 스마트 카트를 이용해 자동결제까지 가능하다. 쇼핑을 마치고 옆에 있는 카페에선 3D 프린트로 내 얼굴을 인쇄한 라테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온라인 혁신에 이어 오프라인 영역까지 넘나들며 유통 및 산업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식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를 최적화해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점차 상용화, 산업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산업화가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등과 같은 미래 성장발전 계획에 따라 다른 영역의 기술 및 산업과 접목되면서 차이나 이노베이션을가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두려운 건 지금의 중국이 아니다. 향후 공산당과 혁신기업들이 손잡고 만들어갈 미래의 중국이다. 공산당이 14억의 중국인을 DB화하고, 14억 개 DB가 다시 빅데이터로 재탄생해 인공지능 등 4차산업 기술과 융합하면서 새로운 중국식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기술이 시장을 융합시키고, 그렇게 융합된 시장의 크기는 또 다른 기술과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통으로 봐선 안 된다. 각개로 흩어진 혁신 DNA가 공산당에 의해 어떻게 수렴되고 융합되는지 그 내부를 봐야 한다. 그 내부엔 다양한 혁신 DNA가 존재하지만 가장 두려운 건 결국 인적자원의 DNA다. 2000년 초 해외에서 백 명의 우수한 청년 학술 리더를 유치한다던 백인계획이 이젠 천인계획, 만인계획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만인계획의 상위 1%인 100명은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향후 노벨상 수상자로 키운다는 목표다.
 
미래의 중국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인재육성은 방향성만 있지 구체적 대안이 없어 보인다. 결국 국내 우수 인재들은 정책지원의 미흡함과 생태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한국을 등지고 시장 확장성이 큰 나라로 하나둘 떠나게 될 게 자명하다. 우리 두뇌의 해외유출부터 막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지난해 기준 중국 텐센트의 평균 연봉이 약 1억 3000만원으로 삼성전자(1억 700만원)를 추월했다. 우리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개혁과 인재 육성에 대한 정책 행보가 수반되지 않으면 결국 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중국에 의해 First Mover(빠른 선도자)였던 우리가 추월 되고 끝내는 종속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