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나’와 실시간 채팅을?…‘챗지피티’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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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12. 오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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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노이드(벽돌게임) 파이썬 코드를 만들어 줘’


월드컵이 지구촌을 흥분시킨 지난 주, 테크업계는 또다른 스타로 들썩거렸다. 주인공은 ‘챗지피티’(ChatGPT)다. 챗지피티는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12월1일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이다. 오픈에이아이는 우리에게도 낯익다. 인공지능 언어모델 ‘지피티-3’(GPT-3),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달리2’(DALL-E2), 다국어 음성인식 인공지능 ‘위스퍼’ 등을 선보인 인공지능 연구 재단이다.

지피티-3의 놀라운 언어 능력은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을 거쳐 인간 못지않은 글솜씨를 갖췄다. 달리의 그림 실력도 마찬가지다. 몇 마디 지시말(프롬프터)을 넣으면 금세 새로운 그림을 뚝딱 그려낸다.

챗지피티는 인공지능의 활동 영역을 ‘대화’로 옮겼다. 지피티-3를 발전시킨 지피티-3.5를 바탕으로 언어를 학습해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답도 쏟아낸다.

그렇다고 단순한 챗봇이라면 새삼 화제가 되지 않았을 터. 챗지피티의 놀라운 점은 일상 대화를 넘어서는 생산 능력에 있다. ‘월드컵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에세이로 써 줘’라고 말하면 금세 그럴듯한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한다. 영어만 학습했던 지피티-3와 달리, 챗지피티는 한국말도 곧잘 알아듣는다. ‘알카노이드(벽돌깨기 게임) 파이썬 코드를 만들어 줘’라고 입력했더니 그 자리에서 벽돌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파이썬 코드를 만들어줬다.

이는 뛰어난 검색 능력 덕분이다. 챗지피티는 사람이 던진 질문, 즉 프롬프터에 적절한 답변을 방대한 언어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낸다. 이를테면 뛰어나고 정교한 대화형 검색엔진인 셈이다. 틀린 코드를 올리면 이를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주제만 던져주면 기사도 대신 써준다. 구글은 검색 결과만 던져주지만, 챗지피티는 핵심만 콕 집어 결과를 보여준다. ‘구글 시대가 끝났다’는 예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챗지피티는 현재 맛보기 서비스 단계다. 지피티-3처럼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가입만 하면 곧바로 무료로 써볼 수 있다. 공개 5일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챗지피티를 기발하게 써먹는 사례도 쏟아진다. 한 개발자는 어린 시절 쓴 일기들을 챗지피티에게 학습시킨 뒤 ‘어린 시절의 나’와 실시간 대화를 나눴다. 챗지피티에게 새로운 언어를 만들도록 가르친 사람의 얘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글 검색 결과에 챗지피티 답변을 함께 띄워주는 크롬용 확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개발자 미셀 황은 어린 시절 쓴 일기를 챗GPT에게 학습시킨 다음, 어린 시절의 나와 실시간 대화를 나눴다. 미셀 황 트위터


이들 ‘생성형 인공지능’의 강점은 콘텐츠 생산이다. 인간이 재능, 노력, 시간, 비용을 들여 힘들게 만들어온 온갖 콘텐츠를 이들 인공지능은 너무 쉽게 뚝딱 만들어낸다. 결과물은 더욱 놀랍다. 신문 기사나 에세이부터 시와 소설, 그림과 음악, 영상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활약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인간 활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섣불리 예측하진 말자. 챗지피티나 달리2도 결국 학습의 밑바탕인 데이터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사람 없이는 인공지능도 존재할 수 없다. 인공지능을 경쟁자로 여기고 대결하려 해선 안된다. 앞선 사례처럼 영리하게 길들이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공존법이다. 아무리 달리2가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갖췄어도 지시말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으면 기괴한 그림이 나올 뿐이다.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인간의 또다른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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