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곧 국가경쟁력 … 3년내 승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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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05. 오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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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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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로봇 '석학' 오준호·서일홍 인터뷰
美中, 고령화 해법 로봇서 찾아
서빙·협동 로봇 상용화 빨라져
핵심 기술 '자율로봇' 개발 박차
기술력 높여야 할 '골든타임'
40년 韓 로봇 생태계 이끈 주인공
레인보우로보·코가로보틱스 창업




"로봇이 뺏어갈 일자리가 1이라면 새롭게 만들어낼 일자리는 10이 될 것이다."(오준호)

"자동차가 마부의 일자리를 없앤 괴물일까.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서일홍)

한국을 대표하는 로봇 석학인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일손 부족, 인건비 상승 흐름 속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제조업을 혁신시킬 기술로 '로봇'에 주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40년 가까이 한국 로봇 생태계를 이끌어온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봇공학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로봇이 실험실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 아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최근 로봇 기술의 방향성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무인화'로 향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제조·물류 등 산업 전 영역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인간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노동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서 대표는 "자동화는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요구이고 이에 맞춰 기술(로봇)은 계속 갈 수밖에 없다"며 "모든 분야에서 결국 자동화가 이뤄질 것이고, 기계는 인간 대신 많은 일을 하면서 사회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CTO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고 (인력을) 뽑기 어려운 일이 우선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면서 "농경시대에 하던 일이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지만 그 자리를 새로운 일자리가 채운 것처럼, 로봇이 사회 전반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등 제조 선진국에서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기업의 로봇 의존도가 급속도로 커졌다. 반복 업무가 많은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 등 분야·업종도 다양화하고 있다. 서 대표는 "걷는 로봇(서빙로봇), 집는 로봇(협동로봇)이 이제서야 상용화됐지만 말하고, 듣고, 보여주는 로봇이 2~3년 내에 올 것"이라며 "(로봇이) 사람처럼 완벽해지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진화시킬지를 인지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기업이 왕좌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창업자는 "로봇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각국의 기술 확보, 생태계 조성 등 로봇 선점의 '골든타임'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기업과 시장이 가장 많이 겹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 CTO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퍼부으면서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며 "지금부터 3년 내로 기술 초격차를 높여 중국이 준비될 때 우리가 치고 나가야 승산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매우 급박하고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운동기관이라는 백엔드 기술이 기반이 된 후 감각기관이 발달한다는 인간 생명과 뇌의 진화를 보면 알 수 있듯 로봇 분야의 핵심 원천 기술은 모빌리티 분야"라면서 "여기서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앞으로 3년간 졸면 죽는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두 창업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불붙은 로봇 경쟁을 '정보의 패권 경쟁'으로 정의했다. 서 대표는 "자율(Autonomous)이 붙는 순간부터 로봇은 국가의 펀더멘털 기술로 인식된다"면서 "예컨대 모빌리티 로봇은 수많은 정보를 원격으로 수집·전달할 수 있고, 이를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비스, 자율주행 등 첨단로봇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자 미국에서는 데이터 소유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로봇이 수집한 정보를 언제든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오 CTO는 "미국에서도 가급적 우호 국가 제품을 쓰자는 분위기가 있고, 역으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로봇 기술 퀀텀점프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표했다. 서 대표는 "AI가 로봇에 탑재되는 순간 한 단계 점프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령 브레인을 클라우드에 올리고, 6G와 같은 통신을 매개로 실시간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로봇 기술이 발전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안전과 보안 문제가 해결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 CTO는 "로봇은 인간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장치일 뿐이고 무엇보다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면서 "섣부르게 AI를 응용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실제 액션으로 옮기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와 로봇을 함께 육성해야 하는 이유로 서 대표는 "소비자의 요구를 로봇이 만족시키는 데서 정보 수집, 해석, 연산, 처리, 구동이 지시된 방식으로만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AI가 필수적인데, 더 이상 딥러닝 기반 AI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사람의 뇌와 같이 작은 자원으로 복잡한 환경을 해석해 정확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AI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봇 끝판왕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상용화 시점과 관련해 서 대표는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연구적 돌파구가 마련되면 2045년께 쓸 만한 휴머노이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오 CTO는 "2045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로봇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를 묻자 두 사람은 '생태계'와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연구자를 뛰어넘는 기업가가 나와야 한다"면서 "국가나 대기업이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 CTO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스타트업에서 기본적으로 적합한 인재(엔지니어)를 뽑는 게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원천 기술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서 대표는 "원천 기술 측면에서 국내 대기업이나 학계나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실내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주체 중 '이미지 기반으로 자기 위치 찾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국가든 대기업이든 빨리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각각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코가로보틱스는 올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우선 기술 경쟁이 치열하지만 수요가 가장 큰 미국 시장에서 실력으로 한판승부를 벌인다는 복안이다. 오 CTO는 한국 최초의 이족 보행 인간형 로봇 '휴보'를 만든 주인공이다. 휴보가 세계적인 로봇 대회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스타 공학자가 됐다. 서 대표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이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 회원이자 제8대 한국로봇학회장을 역임했다. 코가로보틱스는 로봇인텔리전스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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