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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스마트TV’들

최고관리자
2013-01-18 18:09 6,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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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을 토로한 김에, 몇 가지 스마트TV들을 더 만나봤다. 스마트TV라고 해서 꼭 디스플레이와 TV튜너를 갖춘, 그런 TV로 생각을 가두지 말자. TV를 똑똑하게 쓰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스마트TV는 시작된다.

스마트TV와 IPTV의 결합

우선 구글TV가 가장 궁금했다. TV에서 한창 광고하는 LG유플러스의 TV G부터 봤다. 현재 국내에서 기업이 책임지고 정식 공급하는 구글TV로는 TV G가 유일하다. LG전자도 올해부터 구글TV를 스마트TV 플랫폼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TV G의 화면 구성은 구글TV 운영체제와 LG유플러스의 IPTV, VOD 등이 유기적으로 묶여 있다. 마치 TV 메뉴처럼 방송을 보는 중에 방송 화면 위에 구글TV의 메뉴를 띄울 수 있다. 방송을 보는 중에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화면 위에 웹브라우저창을 띄워 검색할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 가이드(EPG)를 읽어들여 현재 보고 있는 방송에서 궁금한 것들, 예를 들면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 촬영 장소 등의 서비스를 데이터방송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TV G는 구글TV2.0이라는 운영체제로 부르지만, 구글TV의 기반은 안드로이드다. 2.0 버전이라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 하지만 구글TV는 방송과 스마트TV를 유기적으로 묶으려는 노력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안드로이드가 TV와 이렇게 잘 맞았나 싶다.

실질적으로 현재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스마트TV의 모델이 될 것 같다. 방송과 VOD를 볼 수 있고 그 외에 방송과 관련된 웹 검색, 그리고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해외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앱을 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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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연계해서 쓰는 기능들도 좋다. 최근 스마트TV와 관련된 이들을 만나 TV G 이야기를 하면 다들 웃으며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화면을 앞쪽으로 쓸어내는 흉내를 낸다. 세컨드TV라고 부르는 서비스인데 TV에서 보던 채널을 스마트폰에서 이어보는, 혹은 그 반대로도 된다. 미러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IP 기반의 방송 채널을 스마트폰으로 당겨오거나 TV로 보여주는 역할이다. 실제로 어떤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스마트TV로 할 일 한 가지를 확실히 전달한 셈이다. 미라캐스트를 이용한 미러링은 아이폰과 애플TV처럼 구글 운영체제끼리는 가장 잘 해주어야 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TV G는 스마트TV의 현실적인 진입 단계로 보인다. 스마트TV를 쓰는 패턴을 생각해보면 ‘지상파 방송→케이블방송(IPTV)→VOD→스마트TV 앱’의 순서가 떠오른다. 그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게다가 아직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플랫폼을 10~20만원,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을 들여 구입하는 것도 어렵다. TV G는 셋톱을 내 소유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딱 어울린다.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웹서비스의 또 다른 방향?

이왕 보기 시작한 것, 다음TV도 살펴보자. 다음TV가 시작한 게 2012년 4월이니까 이제 막 9개월째에 접어든다.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다음 역시 플랫폼으로서의 TV를 보고 있다. 플랫폼은 일단 많이 깔려야 할 게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음TV는 가온미디어의 정육면체 모양 셋톱박스다. 업계에는 약 2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브릴리언츠는 TV안에 다음TV 수신기를 넣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TV처럼 완제품 형태의 스마트TV가 다음TV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다음TV는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를 강조하는 서비스다. 다음이 갖고 있는 tv팟을 비롯해 어린이, 스포츠 관련 콘텐츠가 공급된다. 그 안에는 SK텔레콤을 제외한 IPTV 업체들의 숙원 콘텐츠인 ‘뽀로로’와 ‘꼬마버스 타요’도 들어 있다. 여기에 푹(pooq)이 들어왔고 CJ의 일부 콘텐츠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TV튜너와 통합된 셋톱박스 형태다. TV에는 HDMI로 연결하거나 아예 TV 형태로 나오는 제품도 있다. 운영체제가 떠 있는 안에서 TV를 재생하기 때문에 방송중에도 TV 메뉴를 열어볼 수 있다. 다음TV도 온전히 새로운 운영체제는 아니고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가온미디어의 셋톱은 안드로이드2.3, 브릴리언츠의 스마트TV는 안드로이드4.0에 인터페이스 화면을 입힌 구조다. 서비스는 같다.

다음TV의 모델은 콘텐츠 위주의 서비스다. 인터넷을 통한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목적이다. 다음이 유통권을 갖고 있는 영상들과 푹 같은 유료 방송들, 그리고 직접 영상을 전송하는 소셜 방송 등으로 이뤄져 있다.



아직까지 다음TV의 정책은 앱으로 TV의 활용성을 높이는 목적보다는 볼거리를 늘리고 TV를 재미있게 보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 앱의 목적은 채널을 늘리는 용도에 가깝다. 그래서 아직 앱 장터에 응용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다음이 TV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까진 그렇다.

하지만 이후 다음이 게임 유통이나 음악 서비스를 확장한다면 다음TV는 좋은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미 어느 정도는 이뤄지고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서다. 다음은 50GB의 개인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이 안에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 등을 올려두면 TV를 통해 곧바로 재생할 수 있다. 브릴리언츠의 스마트TV에서 재생한 클라우드 동영상은 블루레이 수준의 동영상을 USB 메모리에서 불러오는 것처럼 빠르고 편하게 읽어들였다. 화면을 뒤로 넘겨도 힘들어하지 않고 넘어간다. 유료 영화 채널들이 채워진다면 서비스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볼거리를 확충한다는 측면에서 다음TV는 재미있는 환경이다.

KT 올레TV스마트팩, 콘텐츠와 컴퓨팅 서비스 분리

스마트TV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쯤 KT가 드디어 스마트셋톱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정확히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의 셋톱박스에 IP를 접목하는 것이다. 일반 올레TV에서는 아직 안 되고 곧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TV G를 통해 IPTV와 스마트TV의 결합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던 터라 KT의 서비스도 관심이 갔다. KT의 스마트TV 정책은 TV를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 기기’로 만들어준다는 인상이다. 안드로이드4.0.4를 그대로 올렸다. 갤럭시탭 같은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똑같은, 그래서 아주 익숙한 화면이다.



일단 특징을 좀 더 살펴보자. IPTV, VOD등 기존 방송 서비스와 안드로이드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려면 보던 방송 화면을 닫고 넘어간다. 다시 방송을 보려면 안드로이드를 종료해야 한다. 방송과 스마트TV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방송과 스마트TV가 꼭 결합될 필요는 없을 것도 같다. 안드로이드의 조작은 마우스로 한다. 현재 이 상품에 가입하면 셋톱박스와 함께 무선 마우스가 하나 따라온다. 안드로이드는 마우스 조작이 어렵진 않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인증을 받았기에,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있다. 아직 이 셋톱박스에 맞춘 앱은 많지 않지만 구글의 범용 장터가 열려 있다는 것이 좋다.

서둘러 내놓은 감은 없지 않다. KT 서비스와 관련된 앱이 아직 깔려 있지 않다. 같은 네트워크에 물려있는 태블릿, PC간에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정도다. 이후에 여러 서비스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조금 천천히 지켜볼 필요는 있다.

스마트TV의 역할 중 상당 부분이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전송해서 보는 등 콘텐츠 확장에 있다면 KT는 이미 스카이라이프의 채널과 VOD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이 셋톱박스는 TV에서 인터넷을 하고 일부 안드로이드 앱들을 활용하는 등 TV를 서브PC로 활용하는 정도로 볼 수 있다.

스마트TV 사야 하는 킬러 콘텐츠? 지금은 없다

공교롭게도 한 주 동안 지켜본 스마트TV는 모두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했다. 기본 그대로의 안드로이드, TV를 위해 손 본 구글TV, 자체 플랫폼을 얹은 다음TV 등이다. 그래도 현재 국내 상황에서 TV를 가장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플랫폼은 안드로이드가 가장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럼 유행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금 당장 셋톱이든 완제품 TV든 스마트TV를 구입해야 할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단순히 볼거리를 늘리는 용도라면 국내에선 전세계에서 유례없이 저렴한 가격에 100여개 실시간 채널과 온갖 VOD를 갖춘 IPTV를 보는 편이 낫다. 당장 2010년의 스마트폰 열풍을 TV가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마트TV가 안 될 사업일까. 그렇진 않다.

마침 스마트TV에 관심이 한창 많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거의 모든 스마트TV 플랫폼을 접해봤고, 이를 어떻게 쓸지 오랫동안 고민이 많았다는 이찬진 대표는 대뜸 “스마트폰의 킬러 콘텐츠가 뭐였나?”라고 물어온다. ‘카카오톡?’ 물론 카카오톡이 견인한 것도 있긴 하겠지만, 2010년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계속 있었고 팜파일럿 이후 주욱 ‘PDA, 스마트폰, 있으면 좋긴 한데 이걸 딱 뭐하는 장치라고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새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닥쳤다. 기기가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인터넷과 앱이 얽혀 만들어내는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 생각하지 못하던 용도로 스마트폰이 쓰인다. 스마트폰으로 버스 도착 안내를 받고, 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곡 제목을 찾아주는 것을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은 이유다.

“스마트폰이 자연스러운 휴대폰의 진화였다는 관점에서 TV도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 이찬진 대표의 이야기다. “한번에 빵 터지는 사업이라기보다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TV의 가능성을 보고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뿌려지면 그 안에서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업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이찬진 대표는 내다봤다.



눈에 힘 빼고 지켜볼까

여러 스마트TV 플랫폼들을 보고 나니 복잡한 심정이다. ‘스마트TV란 뭘까?’라는 고민은 모든 업계가 공통적이었다. 사실 이 제품들을 만드는 업체들도 뚜렷이 스마트TV의 역할을 정의하지 못한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TV라는 제품의 특성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난 2~3년간 삼성과 LG가 만들어 온 스마트TV가 타산지석이 됐을 게다. 초기에는 가족이 모여앉아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등의 SNS를 쓰고 스카이프로 영상통화하는 역할들을 보여주었다.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며 나섰다가 이동통신사들로부터 트래픽 폭탄을 안겨준다고 뭇매를 맞기도 했다. 스마트폰처럼 게임 콘텐츠를 넣기도 했다. 스마트TV를 개인용 장치처럼 SNS에 활용하는 것이나 음성, 제스처로 채널을 바꾸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일 중 하나였지만 나머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볼거리를 늘려준다는 관점에서의 스마트TV로 가는 것도 한 방향이고 게임, 다양한 앱, 거실용 PC 역할을 끌어안는 것도 방향이다. 구글TV에 게임업체들이 어느 정도 성능을 갖춘 셋톱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게임서비스를 준비하는 장면은 올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스마트TV 모델이 될 것 같다.

어쨌든 결국 스마트TV, 혹은 스마트TV 셋톱박스는 하나의 서비스로 집중될 것이다. PC의 역할, 게임기의 역할, IPTV의 역할 등이 점차 통합되는 모델이다. 컴퓨터를 만들던 기술로 만든 아이폰, 웹서비스를 운영하던 기술로 만든 안드로이드, OS를 만들던 기술에 기반한 윈도우폰,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블랙베리가 돌아보면 모두 같은 방향의 스마트폰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조금은 힘을 빼고, 하지만 관심은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 지금의 스마트TV다.